코로나 속 미국의 불평등

Posted by Suji Kang on July 1, 2020

기사요약:

오늘 아침 뉴욕타임즈 뉴스레터로 받은 뉴스 기사 중 하나는 미국의 주요 국내선 항공사인 American Airlines이 이제부터 다시 비행기를 꽉 채워서 예약을 받겠다고 한 소식이었다. 이번 달 중순, 또는 말에 캘리포니아로 가야 하는 나는, 이 뉴스를 보자마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물론 항공사의 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아주 이해가 안가는건 아니지만, 아직도 미국이 전 세계에서 코로나가 가장 심한 국가 중 하나인데 이런 결정을 내리다니.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꼼짝 없이 4시간 정도를 같이 있어야 한다니. 운이 나쁘면 바이러스에 바로 노출되는 것 아닌가.

사실 3명이 붙어 앉아서 비행기에서 4시간을 넘게 보내는 것이 불안하다면, 2명씩 좌석이 지정되어 있는 일등석을 구매해도 되고, 이코노미 여유 좌석을 하나 더 구매해도 될지도 모른다. 나도 그렇게 할 예정이다. 비행기 값을 조금 더 내는 것이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 보다 나을 것 같기 때문이다. 더구나 나는 외국인 유학생이라 미국에서 혹시 병원이라도 가게 되면 병원비로 탈탈 털린 후 빈털터리가 될지도 모른다 (미국의 병원비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피치못할 사정으로 다른 주(state)로 이동해야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상황이라면? 더구나 바이러스에 아주 취약한 노인이라면? 이런 질문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뉴스페퍼민트에 올라온 "학교가 가장 먼저 문을 열어야 하는 이유"라는 기사를 읽었다 (뉴스페퍼민트는 주요 외신 뉴스기사를 선정하여 번역된 기사를 제공해주는 아주 유용한 사이트이다. 이 기사의 원문은 이코노미스트 기사인데, 아래 링크를 달아놓았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뭐라고? 이 시기에 학교를 열어야 한다고?'라는 의구심이 들었고, 여전히 기사의 주장과 결론에 완전히 동의를 할 순 없지만, 기사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은 우리 모두가 생각해 볼만한 문제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기사에서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있음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지적한다. 가난한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있으면서 부유한 학생들과 격차가 점점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생각해보자. 집에서 공부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한 학생들이 있을거고, 심지어 가정폭력과 같은 심각한 가정 내 문제로 학교에 가지 않는 시간이 더 힘든 학생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에 반해, 부유하고 부모가 자녀의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아이들이라면? 아마도 과외선생님을 고용해서 학교에 가지 않는 시간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가난한 학생들일수록 더 영향을 받습니다. 줌으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집에 와이파이가 없다면, 기기가 한 대뿐인데 형제가 셋이라면 곤란하죠. 부유한 집일수록 교육 수준이 높은 부모가 숙제하도록 독려하고 어려운 부분을 도와줄 수 있겠지만, 가난한 집에서는 그럴 여유가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학교는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주는 공간입니다. 학교가 없다면 부유층과 노동자 계층 학생들 간 성취도는 더욱 벌어지게 됩니다. 한 추정치에 따르면, 미국에서 이동제한 조치로 학교에 못 가고 있는 8세 아동은 나가지 못하는 진도에 잊어먹는 내용까지, 1년 치 수학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뉴스페퍼민트 (원문: 이코노미스트)

또한 편부모 가정에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고용할 수 없는 경제 환경에 있는 부모의 입장도 생각해보자. 집에서 재택근무를 한다고 해도, 혼자서 하루종일 아이를 케어해야 한다면 일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다. 만약 재택근무를 하지 않고 밖에서 일을 해야 하는 직업을 가졌다면? 저소득층 편부모로서, 굉장히 난감하고 어려운 상황일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의 영향이 모두에게 동일한 것은 아니다.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안전한 생활 방식을 택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쩔 수 없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모두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겠지만 코로나의 영향이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최근에 내가 꾸준히 청취하고 있는 팟캐스트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그로 인해 드러난 미국의 불평등"이라는 제목의 에피소드를 들었다. 아메리카노2020이란 팟캐스트인데, 미국정치와 사회이슈에 대해 다루며, 아주아주 유용하고 내가 좋아하는 팟캐스트이다. 미국정치나 사회이슈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American Airlines 관련 기사:

https://www.cnbc.com/2020/06/30/cdc-expresses-substantial-disappointment-with-american-airlines-for-resuming-full-flights-amid-coronavirus.html?campaign_id=9&emc=edit_nn_20200701&instance_id=19904&nl=the-morning®i_id=120243088&segment_id=32312&te=1&user_id=eb7fd0d0922e496aded73664d446969e

이코노미스트 원문 보기:

https://www.economist.com/leaders/2020/04/30/when-easing-lockdowns-governments-should-open-schools-first?fsrc=scn/tw/te/bl/ed/thekidsarenotallrightwheneasinglockdownsgovernmentsshouldopenschoolsfirstleaders17